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Idea

물피도주, 주차뺑소니 신고 후 절차 (금감원)

 

작년 8월에 주차 뺑소니를 당했었습니다. 물피도주라는 말도 그 때 처음 들어봤네요.

장소는 2022 8월, 나훈아 콘서트가 열렸던 올림픽공원 내였어요. 당시 나훈아아저씨의 인기를 반증하듯 올림픽공원은 차로 가득 가득 가득 찼습니다. 상당히 일찍 도착한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는 주차 칸이 없어서 차들이 길 한쪽에 늘어서있었어요.

저 역시도 그렇게 주차했고 가족 중 한 분을 바래다 주러 갔습니다. 올림픽공원 안 여러 포토스팟에서 사진도 찍고 응원봉도 사드리고, 신나게 놀고있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.

"저기요! 누가 그 쪽 차를 박고 도망가는데요??"

"엥... 네? 제 차를 박으셨다고요?"

"아니요, 누가 그 쪽 차를 박고 도망가고 있어요!"

허둥지둥 주차된 곳으로 갔습니다. 그랬더니 전화주신 분이 고맙게도 그 자리에서 절 기다려주셨어요. 그 분 왈, 자기도 주차하고 어머니 모셔다 드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쿵! 하는 소리가 나더니 제 차에서 경보음이 엄청 크게 들리더랍니다. 바로 근방에 있어서 무슨일인지 지켜봤는데, 제 차를 박은 차가 잠깐 멈칫! 하더니 그대로 가버리더라고요. 그게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도망가는 차의 뒷모습을 폰카메라로 찍고, 저에게 전화를 주신 거였어요. 

이렇게 황당할데가. 그리고 이렇게 고마울 수가! 생면부지 남을 도와주신 그 마음 못잊을 것 같아요. 

물피도주하는 차량을 찍어주심

저는 그리 꼼꼼한 성격이 되지 못해서, 주차 후에 제 차를 자세히 살펴 본다던가 돌아왔을 때 한번씩 확인한다던가 하는 습관이 전혀 없습니다. 게다가 제 블랙박스는 어찌나 민감한지, 차 문만 닫아도 충격감지로 녹화되어서 ㅋㅋ 그냥 아무리 블박이 '충격감지가 n건 녹화되었습니다.'라고 말해도 그냥 그렇구나~ 하고 말거든요.

하마터면 차의 스크래치.. 한참 후에나 발견할 뻔 했어요. 당시에 찍어놓은 사진이 있었는데 어디갔는지 도무지 찾지 못해 첨부하진 못합니다만, 차량 뒷문부터 운전석 문까지 쫙~~~~~ 세줄로 긁혔어요. 컴파운드 따위로 지워지는 정도가 아닙니다. 정말 황당쓰. 심지어 경보음도 크게 울렸다는데 그냥 갔다는건 #주차뺑소니 인거죠. 

바로 경찰에 전화했습니다. 112.

"올림픽공원에 있는데 어떤 차가 제 주차된 차를 박고 그냥 도망갔습니다." 이렇게 이야기 했더니, 경찰관이 "아~ 주차뺑소니 당했다는 말씀이시죠?" 라고 하시더군요. 그러곤 바로 근처에 있는 송파경찰서 교통과로 가라고 말씀해주십니다. 본인이 연결해놓겠다며. 감사하다고 하고 그 길로 송파경찰서에 갔습니다.

 

송파경찰서에서 담당 경찰관이 자초지종을 듣고 블랙박스를 확인합니다. 접수 후, 가해차량 정보를 조회하고 전화를 했나봐요, 그런데 그 쪽에선 '그런 일 없다.' 딱 잡아떼더랍니다. 증거가 이렇게나 많은데요 ㅠㅠ 무슨 심리일까요.

 

어쨌든 그 후로 보험사에 정보가 넘어갔고, AXA에서 전화가 왔습니다. 제 보험사가 악사였기 때문에 악사에서 전화가 온 줄 알았는데, 알고보니 가해차량 보험사도 악사더군요. 일단 가해자 편에서 전화를 준 건 알겠는데,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합니다. 제가 주차 칸이 아닌 불법주정차를 했기 때문에 100퍼센트로 인정할 수 없다고요... ㅋㅋㅋ

당시 상황

사진 상 왼쪽이 주차칸이고, 오른쪽이 길가에 늘어선 차입니다. 제 차도 오른쪽에 있는 차 중 하나이고요. 길가에 늘어선 차와 주차칸 사이의 거리가 충분하고, 제 차가 혼자 툭 튀어나와서 통행을 불편하게 한 것도 아닌데, 주차 칸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해차량이 제 차를 치고 간 것을 합리화 할 순 없죠. 

 

보험사에 따졌습니다. 제가 보험전문인이 아니라서 이렇게 내 잘못이라고 말하고 받아들이면 땡큐인거냐고... 금융감독원, 금감원에 신고하겠다고 했습니다. 제가 당시에 너무 짜증나고 답답해서 여러 방향으로 찾아봤었는데, 어디선 금감원 신고한다고 하면 100퍼센트 해준다, 아니다- 불법주정차면 과실 좀 나올 수도 있다... 답변이 다 다르더라고요.

 

전, 결국 100퍼센트 가해 잘못으로 처리했습니다. 목소리 크면 이기는 세상.. 답답하네요


그렇다고 제게 뭐 특별히 이득이 가는 것도 없습니다. 합의금을 받았나요~ 위로금을 주나요~ 아무것도 없어요. 제 차 보험수리 이력만 올라가는거죠 ㅉ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대로 받고, 경찰서 왔다 갔다 신고에 보험사의 계속되는 전화에, 지쳐만 갈 뿐입니다. 

만약 가해차량이 사고 당시, 제게 전화해서 사정이 이렇게 됐다~ 이야기 하고 얼마간의 합의로 수리하는 걸로  하자, 했으면 나았을 것 같습니다. 차 수리하는 동안 렌트했고, 렌트카는 내 차가 아니니까 괜히 사고날까봐 부담스럽기만 합니다. 아무리 자차 있다고 해도요. 내 차가 제일 편하잖아요!

가해차량은 벌점에 벌금에 보험료 올라가고요 ㅋㅋ 바보!

여튼 이런 일 안당하는게 최고지만 혹시나 당해서 이 글을 검색하게 됐다면 보험사에 할 말은 하는걸 추천합니다. 꼭 잡으시고요~ 화이팅이요!